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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매체 시대에서 살아남는 콘텍스트 마케팅

시크릿하우스 2021. 8. 9. 09:20

소비자는 이제 광고를 보지 않는다.

 

2009년 6월 24일의 일이었다. 한 정치인의 ‘화장실 추문’과 아이폰 출시로 세상이 시끌벅적하던 사이 눈에 보이지 않게 한 시대가 조용히 종말을 고했다. 종소리도, 경고음도, 시위도 없었다. 한 시대의 종말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날은 그 전날이나 그다음 날과 다를 게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2009년 6월 24일, 매체와 비즈니스 역사에서, 아니 어쩌면 인류 역사를 통틀어 전례 없는 변화가 시작됐다. 이날을 시작으로 (유명 브랜드와 기업 또는 전통적인 매체 회사가 아닌) 개개인이 세상에서 가장 큰 매체 생산자가 된다.

 

우리 마케터들이 변화의 전조를 알아차렸다면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을 목도했을 것이다. 신문 및 기타 인쇄 매체들의 매출 부진도 그렇고, 아랍의 봄과 월가 점거 운동 중에 소셜 미디어로 연대하던 사람들도 변화의 힘을 보여주었다. 더욱이 마케팅의 경우 매체 사용은 줄곧 증가했지만 모든 매체와 채널에서 소비자 참여율은 꾸준히 하락했다.

 

분명 거대한 변화가 발밑에서 일어나고 있었지만 마케터들 중에 그러한 변화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차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009년 6월 24일은 그렇게 소리 소문도 없이 우리 곁에 다가왔다. 이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누군가 제대로 이해하기까지는 8년의 세월이 더 필요했을 것이다. 나 역시 2017년에 마케팅 미래원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2009년에 일어났던 일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우연히 알게 됐다. 애당초 이날의 의미를 추적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저 마케팅 채널에서 발생하는 소음의 양을 추적해 마케팅 메시지가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데 드는 비용을 계산하려고 했을 뿐이다.

 

사실을 알고 보니 기업보다는 오히려 개인이 생산하는 소음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가 알아낸 사실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우리는 이미 새로운 매체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콘텍스트 마케팅 혁명>에서 차차 설명할 테지만, 근래 발생하는 소음은 과거와 달랐다. 그 양이 더 늘어난 것만이 아니라 성격도 전혀 달랐다. 하지만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는 전략을 바꾼 기업이 얼마나 적은지 살펴보면 역사적인 6월의 그날이 그들에게는 오지 않았던 시간처럼 보인다.

 

내가 조사한 것에 따르면 마케터들은 비틀거리면서도 소비자의 주의를 끌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그들이 보내는 메시지는 소비자들에게는 성가신 방해꾼일 뿐이다(유튜브 동영상에 나타나는 광고라든지 신문 기사를 읽으려고 할 때 자동으로 재생되는 광고, 또는 텔레마케팅을 생각해보자). 이런 광고로 성가실 일이 없는 소비자가 있다면 그 이유는 그들이 광고 차단 앱을 써서 광고주들이 거금을 들여 만든 결과물을 보지 않고 거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비자를 위해 자체적으로 광고를 차단하는 채널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여기서 진짜 놀라운 대목은 점점 더 많은 소비자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광고를 피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동으로 메시지를 걸러내 〈포브스〉 기사를 차단한 것처럼 이메일과 소셜 미디어 환경 자체가 소비자의 주의를 끌려는 각 기업의 마케팅 메시지들을 걸러낸다.

 

메시지는 명확하다. 소비자들이 더는 광고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오늘날 시장은 마케터가 아니라 소비자가 주도한다. 알아차린 사람도 없고 특별한 조치가 취해지지도 않았지만, 이 엄청난 변화는 2009년 6월의 그날을 기점으로 시작됐다. 이날 이후로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방식, 주변 세계와 소통하는 방식, 심지어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도 영구히 바뀌었다. 이날 시작된 시대를 나는 ‘무한 매체 시대’라고 부른다.

 

무한 매체 시대는 단순히 매체가 더 많아졌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가능성이 무한한, 전혀 다른 차원의 매체 환경을 의미 한다. 특히 마케터와 기업의 입장에서 이 시대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때는 효과가 있었던 기존 방식과 단절하려면 평소와 같은 사고방식으로는 안 된다. 단순히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마케팅 자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요구된다. 마케터가 할 일과 그 일을 처리하는 방식, 브랜드 구축 및 구매 유도와 관련해 혁명적인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 기업의 규모나 종류, 또 그 직책이나 업무를 막론하고 마케터라면 설령 머리로 쉽게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달라진 환경에 어울리는 마케팅 관점에서 브랜드를 바라보고, 판매하고, 키울 준비를 해야 한다.

 

나는 이것을 콘텍스트 마케팅 혁명이라 부른다. 과거에는 소비자들의 주의를 끌어오는 일이 곧 구매 행동을 유도하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마케터가 맡은 임무가 무엇이든 간에 소비자 콘텍스트, 곧 소비자들이 시공간에서 현재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지금은 가장 중요하다. 사람들이 순간순간 이루려고 하는 목표를 성취하도록 돕는 것이 소음을 뚫고 소비자에게 다가가 구매 행동을 유도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콘텍스트 마케팅 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