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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가 변화를 놓친 이유

시크릿하우스 2021. 8. 11. 09:26

 

어쩌면 마케터들은 엉뚱한 방향으로 너무 열심히 달려왔는지도 모른다. 지난 10여 년 마케터들은 부지런하게 새로운 채널을 채택하거나 만들고, 메시지를 바꾸고, 브랜드 목소리를 다듬고, 상상할 수 있는 온갖 방법으로 상품 가치를 높였다. 마케터들은 고객 여정 속에서 잠재 고객과 접촉하고, 그들을 고객으로 전환하고, 충성 고객으로 유지하기 위해 디지털 마케팅 비용을 분배하고 또 분배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마케터들은 IT 팀 및 영업팀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며 앱을 디자인하고, 웹 사이트를 개편하고, 광고 캠페인 정보를 듬뿍 담은 랜딩 페이지를 구축했다. 앞에 적은 기법들을 도입한 초기에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시도가 어째서 효과를 냈는지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기업이 너무 많다. 그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앱은 마케팅 과제를 성취하는 최고의 수단이 될 때 효과가 있는 것이지, 소비자들이 앱 자체를 욕망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의 허락을 구하는 전략이 효과가 있는 것은 소비자에게 정보 통제권을 제공하기 때문이지, 소비자에게 광고 메일을 전달할 수 있어서가 아니다. 콘텐츠 마케팅과 인바운드 마케팅이 효과가 있는 것은 다른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의사 결정권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마케터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는 데에는 이밖에도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마케팅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지나간 시대의 유물이 돼버린 마케팅 원칙들에 의존하고 있다. ‘성상품화 전략’이라든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로 만들어야 한다든지, ‘나쁜 홍보는 없으니 인지도를 높이면 그만’이라는 식의 전략은 무한 매체 시대가 열리면서 쓸모가 없어졌다.

 

윤기나는 구릿빛 피부의 모델 이미지는 예전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지금은 팔리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이제 광고를 쳐다보지도 않기 때문이다. 설령 그런 이미지들이 팔리더라도 그 때문에 브랜드 이름을 떠올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늘날 사람들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변화한 매체 환경은 새로운 종류의 소비자들을 낳았다. 이들은 나이대 인구나 B2B 또는 B2C 같은 범주를 벗어난다. 새로운 소비자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사물을 기억하고, 전에 없는 방식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고, 고객 여정 역시 과거와는 다른 경로를 따른다. 

 

마케터들은 이런 변화를 전혀 설명하지 못했다. 이는 기업의 리더들이 대부분 이미 변해버린 매체 환경 때문에 사업 모델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디지털 시대의 리더들은 사업 모델의 거의 모든 측면을 재규정하고 재고했지만 여기서 마케팅 부분은 예외였다. 그들이 볼 때 매체의 엄청난 확장은 매체를 무료로 배포하고 표적 광고의 정확성을 높이는 수단일 뿐 사업 환경 전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처럼 시야가 제한된 탓에 현재의 매체 환경이 소비자들의 행동과 동기부여에 얼마나 강력하게 영향을 끼치는지 알지 못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같은 환경이 그들의 사업에 끼치는 영향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변화된 환경에서 고객 가치를 어떻게 창출하고, 또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어떻게 형성해야 하는지 그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음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마케팅 업계가 그 사실을 인지했든 인지하지 못했든 간에 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2009년 6월 24일은 소비자들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환경으로 이전한 날이다. 이날 이후로 구매 행동과 고객 가치에 새로운 가능성이 생기고 크나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러한 진실을 이해하지 못한 브랜드들은 결코 소비자에게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포브스가 내 회사에 관한 소식을 보냈지만 나는 전달받지 못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불행히도 모든 전조가 한 가지 명백한 사실을 가리킨다. 그것은 무한 매체 시대의 진실을 이해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마케팅 업계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예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일했다. 다시 말하지만, 그런 접근법은 통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은 2018년에 포레스터리서치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가망 고객을 관리하는 B2B 마케터들이 달성한 구매 전 환율은 100명당 1.15퍼센트에 불과했다. 이는 마케터들이 채택한 접근법이 현재 수익을 올리는 데 98.85퍼센트 실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광고를 싫어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소비자들은 이미 광고에 질렸고, 오늘날 6억 개에 달하는 기기가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를 이용한다.

 

내가 최근에 만나 대화를 나눈 하버드대학교 연구원이자 《웹 강령 95》의 공동 저자인 닥 설즈는 이토록 많은 소비자가 광고를 거르는 것은 “세계사적으로 최대 규모의 보이콧”이라고 묘사했다. 요컨대, 칼자루를 쥔 쪽은 나 같은 마케터가 아니라 소비자라는 얘기다. 사람들은 광고를 싫어할 뿐 아니라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이나 광고 자체를 믿지 않는다. 가장 신뢰하는 직업군을 묻는 2018년도 갤럽 조사를 보면, 가장 순위가 낮은 순서로 따져서 국회의원(1위), 자동차 영업 사원(2위), 텔레마케터(3위)에 이어 광고 전문가들이 4위를 차지했다. 사람들은 광고 전문가보다 변호사를 더 신뢰한다.

 

이 조사 결과를 본 마케터라면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어야 한다. 광고주, 마케터, 영업 사원(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생겨난 직군)은 이제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직업군에 속하게 됐다. 소비자들이 언제나 광고를 불신했다는 것, 그리고 ‘뜻하지 않게’ 물건을 사게 되는 상황을 몹시 싫어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유한 매체 시대에는 소비자들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이 광고를 차단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가졌을 뿐 아니라, 무한 매체 환경 자체가 오늘날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참여하고, 공유하는 방식을 통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한다. 광고를 바로 건너뛰고 싶은(하지만 그럴 수 없는) 유튜브 광고와 이케아에서 인수한 태스크래빗 앱을 비교해보자. 후자의 경우 새로 구매한 탁자를 조립하고 싶을 때 실시간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전자는 사람들이 허락한 광고도 아니고 보고 싶은 광고도 아니다. 후자는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는 앱이고 자발적으로 허락한 앱으로서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

 

오늘날 마케터가 성공하려면 가능한한 소비자가 원하고 또 자발적으로 허락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다시 말해, 콘텍스트에 기반한 경험이 중요하다.

 

<콘텍스트 마케팅 혁명>